본문 바로가기
story

사라져가는 언어들

by 드로우센 2024. 12. 7.

언어의 소멸 위기

 

인류가 만든 언어는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생각을 표현하며 문화와 역사를 기록하는 중요한 도구다. 하지만 오늘날 전 세계에서 수많은 언어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전 세계 언어의 약 40%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는 단순히 언어가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라 그 언어가 담고 있는 고유한 지식, 문화, 전통도 함께 잃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글에서는 사라져 가는 언어들 몇 가지를 소개해보고 언어가 사라지는 문제가 왜 심각한 것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일본 홋카이도의 소멸 위기 언어 아이누어

아이누어는 일본 홋카이도와 러시아 일부 지역에 거주하던 아이누족이 사용하던 언어로 현재는 사용하는 사람들이 극소수만 남아 있다. 이 언어는 일본 내에서 오랜 기간 차별과 억압을 받으며 사용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19세기 후반부터 일본 정부가 아이누족을 동화 정책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아이누어 사용은 금기시되었고 아이누어 대신 일본어를 사용하게끔 강요되었다.

 

아이누어는 아이누족의 전통 문화와 신앙을 전달하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누족은 자연과 매우 밀접한 삶을 살아가며 곰을 신성한 존재로 여겼고 이러한 전통 신앙과 문화가 언어를 통해 전승되었지만 현재는 그 흔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일본 정부는 최근에서야 아이누어 복원과 문화보존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지만 이미 많은 것을 잃은 후라서 복원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아이누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면서 언어와 함께 아이누족의 고유한 생활방식과 역사적 지식도 소멸될 위기에 처해있다. 아이누어 보존을 위한 현세대의 노력은 아이누족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브라질의 숨겨진 보석 소라니어

소라니어는 브라질의 아마존 지역에 거주하는 소라나족이 사용하는 언어다. 이 언어는 현재 약 200명 정도가 사용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들은 소라니어 대신 포르투갈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는 도시화와 교육 제도에서 포르투갈어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결과로 이로 인해 소라니어가 점차 잊혀질 위기에 처해있다.

 

소라니어는 소라나족의 전통 약초 지식과 사냥 기술, 그리고 자연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담고 있다. 소라니어에는 특정 약초의 효능을 나타내는 단어가 여러 개 있으며 이는 현대 의학에서도 큰 가치를 지닌 정보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 언어가 사라지게 되면 이러한 귀중한 지식도 함께 잃게 되는 상황이다.

 

현재 소라나족의 노인들은 소라니어를 보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언어를 배우고 일상에서 사용하는 것이 어렵다 보니 보존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와 국제 사회가 소라니어 보존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이 언어는 조만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유럽의 고대 언어 바스크어

바스크어는 스페인과 프랑스의 국경 지역에 걸쳐 있는 바스크 지방에서 사용되는 언어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언어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다른 어떤 언어와도 연관성이 없는 독립적인 언어로 언어학자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바스크어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세기 중반 스페인의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는 바스크어 사용을 금지하며 스페인어를 강요했다. 이로 인해 많은 바스크 지역 주민들이 자신의 언어를 잃게 되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스페인어와 프랑스어가 바스크 지방에서 주된 언어로 사용되고 있다. 바스크어는 바스크 민족의 자부심과 독립성을 상징하며 그들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바스크 지방의 정부와 주민들은 바스크어를 부활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학교 교육과 언어 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세대가 바스크어를 배우도록 장려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은 언어보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언어 보존을 위한 현세대들의 과제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북미 원주민의 언어 크리어

크리어는 캐나다와 미국 일부 지역에서 사용되는 북미 원주민 언어로 다양한 방언을 포함한 언어군에 속한다. 현재 약 100,000명 정도가 크리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중 많은 사람들이 크리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진 못한다.

 

식민지 시대 동안 북미 원주민 언어들은 억압과 차별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원주민 아이들은 강제로 기숙학교에 보내져 영어를 배우도록 강요받았고 이는 크리어를 포함한 원주민 언어의 쇠퇴로 이어졌다. 오늘날 크리어를 사용하는 공동체는 크리어를 부활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크리어는 원주민의 전통적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크리어에는 자연 현상을 표현하는 독립적인 단어들이 많다. 이는 지구 환경보호와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해 주며 이러한 크리어를 보존한다는 것은 원주민의 문화와 고유의 자연관을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동남아시아의 잊혀진 언어 차미어

 차미어는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차암족이 사용하는 언어로 동남아시아의 독특한 문화적 유산 중 하나다. 현재 약 20만 명 정도가 차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젊은 세대는 베트남어와 크메르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추세다. 이는 도시화와 교육 제도에서 차미어가 밀려난 결과로 차미어의 소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차미어는 차암족의 전통적인 종교의식과 예술, 그리고 역사적 기록을 담고 있다. 특히, 차미어는 고대 차암 왕국의 유산을 전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이 언어가 사라지면 고대 동남아시아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이 생길 것이다. 차미어 보존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 국제 사회의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라져 가는 언어들 안에는 고유한 세계관, 지식, 문화가 담겨 있다. 이러한 언어들이 사라지면 인류는 그만큼 다양한 관점과 지혜를 잃게 된다. 따라서 각국 정부와 국제 사회에서는 언어 보존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언어 소멸문제는 단순히 과거의 문제라고 볼 것이 아니라 현세대와 미래 세대가 직면한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